네팔 중서부에 위치한 포카라(Pokhara)는 안나푸르나(Annapurna)와 마차푸차레(Machhapuchhare) 봉우리를 품은 도시로, 히말라야 트레킹의 기점이자 평화로운 호수 도시로 알려져 있다. 해발 약 800미터에 자리해 기후가 온화하며, 페와 호수(Phewa Lake)와 주변 산맥이 만들어내는 경관이 아름답다. 카트만두의 혼잡함과는 달리, 포카라는 조용하고 느긋한 분위기를 유지해 혼자 여행자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이곳에서는 트레킹, 명상, 호수 산책, 패러글라이딩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기며 몸과 마음을 동시에 충전할 수 있다. 본문에서는 포카라에서 혼자 여행자가 경험할 수 있는 풍경과 문화, 그리고 그 속에서 느끼는 고요함을 이야기한다.
호수와 산이 만든 평화로운 도시
포카라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거대한 산맥과 호수의 조화다. 도시 서쪽에는 히말라야의 일부인 안나푸르나 연봉이 하늘을 찌르듯 솟아 있고, 동쪽에는 잔잔한 페와 호수가 도시의 중심을 품고 있다. 아침이 되면 호수 표면은 거울처럼 변해, 산봉우리와 구름, 그리고 떠오르는 햇빛을 고스란히 반사한다. 혼자 호숫가를 걷거나 벤치에 앉아 있으면, 주변의 소리가 서서히 사라지고 자연의 호흡만이 귓가에 남는다. 포카라는 대도시 카트만두와 달리 소음과 매연이 적고, 도심에서도 푸른 나무와 꽃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거리를 걷다 보면 현지인들이 여유롭게 차를 마시거나, 상점 앞에서 웃으며 인사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여행자는 이 평온한 리듬에 금세 동화된다. 특히 혼자 여행자에게 포카라의 매력은 ‘멈춤’에 있다. 여기서는 서두를 이유가 없다. 호숫가 카페에서 하루 종일 책을 읽어도 좋고, 아침 일찍 일어나 호수 위를 천천히 노 저으며 일출을 맞아도 된다. 도시와 자연의 경계가 모호한 이곳에서는 단순한 일상조차 특별한 순간으로 변한다.
트레킹과 사색의 여정
포카라는 히말라야 트레킹의 중심지다. 짧게는 하루, 길게는 수 주에 걸쳐 다양한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코스 중 하나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트레킹으로, 고산 마을과 계단식 논, 깊은 협곡, 그리고 설산 전망이 이어진다. 혼자서도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지만, 로컬 가이드를 동행하면 현지 문화와 역사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트레킹을 떠나지 않더라도 포카라 주변에는 짧은 하이킹 코스가 많다. 사란곳(Sarangkot)은 그중에서도 일출 명소로 유명하다. 새벽에 출발해 정상에 오르면, 어둠이 걷히며 마차푸차레 봉우리와 안나푸르나 산군이 금빛으로 물드는 장관이 펼쳐진다. 혼자 서서 이 장면을 바라보면, 단순히 경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가진 압도적인 힘과 그 앞에 선 인간의 작음을 실감하게 된다. 페와 호수에서는 작은 배를 빌려 물 위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배를 천천히 저으며 호수 중앙의 작은 섬에 있는 바라히 사원(Barahi Temple)에 들러보는 것도 좋다. 호수 위에 떠 있는 동안은 주변의 소음이 사라지고, 물결과 노의 리듬만이 남아 마음이 한없이 차분해진다. 포카라는 또한 명상과 요가의 도시이기도 하다. 호수 주변과 외곽 지역에는 명상 센터와 요가 리트릿이 있어, 짧게는 하루, 길게는 수주 간 참여할 수 있다. 조용한 환경에서 호흡을 가다듬으며, 몸과 마음을 재정비하는 데 최적이다.
여행 그 이상의 울림
포카라에서의 혼자 여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다. 이곳에서는 자연과 도시, 활동과 휴식이 완벽하게 균형을 이룬다. 일정이 빡빡하지 않아도, 새로운 경험이 매일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아침에는 호숫가에서 차 한 잔을 마시고, 오후에는 산책을 하며 현지인과 대화를 나누고, 저녁에는 산 너머로 지는 해를 바라본다. 이 모든 순간이 억지로 만든 이벤트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선물이다. 포카라를 떠날 때, 여행자는 이 도시에서 배운 느림과 여유를 가슴에 담게 된다. 혼자 걷는 길에서 느낀 고요함, 트레킹 중 마주한 설산의 장엄함, 호수 위에서 맞은 바람—all이 삶의 속도를 조절하는 나침반이 된다. 포카라는 돌아가고 싶은 여행지가 아니라, 한 번의 경험만으로도 삶의 태도를 바꿔주는 장소다. 혼자일 때 더욱 선명해지는 이 도시의 매력은, 여행이 끝난 뒤에도 오래도록 마음 속에서 파문을 일으킨다. 포카라는 단순히 방문하는 곳이 아니라, 잠시 머무르며 자신을 재발견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