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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티카카 호수 위의 순례의 도시, 볼리비아 코파카바나 혼자 여행하기

by goldengeneration 2025. 7. 30.

 

볼리비아 서부에 위치한 코파카바나는 해발 3,800m의 신성한 티티카카 호숫가에 자리한 작은 마을로, 종교적 전통과 자연의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여행지다. 페루 국경과 맞닿은 이곳은 혼자 여행하는 이들에게 조용한 사색, 느린 걸음, 그리고 삶의 여백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는 공간이다. 이슬라 델 솔(Isla del Sol)에서의 트레킹과 호숫가에서 바라보는 석양, 그리고 순례자들이 모여드는 대성당은 코파카바나가 단지 작은 마을이 아님을 보여준다.

고도 3,800m, 하늘과 가장 가까운 마을에서

볼리비아의 숨은 여행지를 말할 때, 코파카바나는 자주 언급되지 않는다. 우유니 소금사막처럼 시각적인 압도감을 주는 곳도 아니고, 라파스처럼 복잡한 에너지가 넘치는 도시도 아니다. 하지만, 이 고요한 마을이 주는 울림은 전혀 다른 차원의 깊이를 가지고 있다. 티티카카 호수라는 이름만 들어도 어떤 이들은 신비로움을 떠올리지만, 직접 이 호숫가에 서게 되는 순간 느끼는 감정은 훨씬 더 개인적이고 잔잔하다. 그 중심에 코파카바나라는 마을이 있다. 코파카바나는 볼리비아에서 가장 중요한 가톨릭 성지 중 하나다. 매년 수만 명의 순례자들이 ‘볼리비아의 수호성모(La Virgen de Copacabana)’를 만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하지만 종교와 무관하게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이 있다. “이곳은 시간의 흐름이 멈춘 듯하다.” 실제로 코파카바나에 도착하면 도시의 소음, 사람들의 분주함, 디지털 세상의 연결이 모두 멀어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혼자 이곳을 찾는 여행자는 더 깊은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익숙한 모든 리듬을 잠시 내려놓고, 단지 ‘걷고, 바라보고, 듣고, 멈추는’ 여행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거리엔 자동차 소리보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더 잦고, 호숫가에는 여행자보다 마을 주민들이 더 많이 앉아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곳에 나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이유는, 그 고요함이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티티카카 호수는 남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항해 가능한 호수로 알려져 있다. 이 수면은 마치 하늘을 그대로 담은 듯 푸르며, 아침과 저녁, 시간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혼자 호숫가 산책로를 걷거나, 나무 벤치에 앉아 석양을 바라보는 시간은 단순한 여행의 일부가 아닌, ‘회복’이라는 이름으로 기억된다. 코파카바나는 바로 그런 공간이다.

 

코파카바나에서의 하루, 천천히 걷고 천천히 느끼다

코파카바나로 향하는 길은 그 자체로도 여정이다. 대부분은 라파스에서 버스를 타고 4시간 가까이 걸려 도착한다. 중간에 티티카카 호수의 일부를 배에 실어 건너야 하는 특별한 구간이 있어, 긴 이동이지만 지루할 틈이 없다. 마을에 들어서면 바로 느껴지는 한적함과 고도에 따른 약간의 어지럼증은, 이곳이 우리가 살아오던 일상과 완전히 다른 리듬을 가진 공간임을 알려준다.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곳은 ‘Nuestra Señora de Copacabana 대성당’이다. 스페인 식민지 시대에 세워진 하얀 외벽과 푸른 돔을 가진 이 성당은 종교적 상징을 넘어서 이 도시의 중심이자 심장과 같다. 성당 앞 광장에는 기도를 드리는 순례자들과, 축복을 받으려 줄을 선 자동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볼리비아에서는 새 차를 구입하면 코파카바나에서 성모 마리아의 축복을 받아야 진정한 ‘첫 운행’으로 여긴다. 이후에는 꼭 배를 타고 ‘이슬라 델 솔(Isla del Sol)’로 향해야 한다. ‘태양의 섬’이라는 뜻을 가진 이 섬은 잉카 신화에 등장하는 성스러운 땅으로, 태양신 인티가 이곳에서 태어났다고 전해진다. 섬에는 차가 다니지 않으며, 모든 이동은 도보로 이루어진다. 트레킹 코스는 북쪽에서 남쪽까지 약 4~5시간이 걸리며, 길 곳곳에는 잉카 유적이 남아 있고, 거친 자연과 맞닿아 걷는 동안 혼자만의 깊은 시간을 갖기에 충분하다. 코파카바나로 돌아오면, 오후의 따스한 햇살 아래 호숫가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현지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작은 식당에서 트루차(Trucha, 송어 요리)를 맛보거나, 시장에서 현지 장인의 수공예품을 구경하는 것도 좋다. 어떤 일정도 촘촘히 짜여 있지 않은 하루 속에서, 진짜 ‘쉼’이라는 것이 어떤 감정인지 스스로 깨닫게 되는 것이다. 혼자라서 가능한 일이다. 아무런 설명 없이도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일 수 있는 자유.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여행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 걷고 멈추는 진짜 여행이 바로 코파카바나에서 시작된다.

 

혼자의 힘, 그리고 고요함의 깊이

코파카바나는 작지만 깊은 마을이다. 화려하거나 자극적인 요소가 없는 대신, 사색과 성찰, 고요와 회복이 이곳의 전부다. 그런 특성은 혼자 여행하는 사람에게 야말로 가장 진한 감정으로 다가온다. 혼자라는 불편함보다는 혼자여서 가능해지는 감정들이 이곳에서는 자연스럽게 피어난다. 호숫가를 걷는 동안의 생각들, 태양의 섬에서의 고요한 트레킹, 성당 앞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은 모두 일상에서 결코 느낄 수 없는 고유한 감정들이다. 코파카바나는 그런 감정들을 고스란히 껴안아 주는 마을이다. 말이 적어지고, 마음이 느려지고, 시선이 자주 멈추는 여행. 누군가는 그것을 지루함이라 말할지 모르지만, 혼자 이곳을 찾은 여행자라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힐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언제부터인가 여행은 인증과 계획, 타인과의 비교 속에 놓이게 되었다. 하지만 코파카바나는 그 모든 것에서 멀어진다. 단지, 자신을 위한 여행을 하고 싶다면, 혼자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사라지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이곳은 아주 정확한 답이 되어줄 것이다. 티티카카 호수 위에서 하루를 보낸 당신은, 어느새 가벼워진 마음을 가지고 다시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