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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의 숨은 정원, 프랑스 멘토네 혼자 여행하기

by goldengeneration 2025. 8. 14.

프랑스와 이탈리아 국경 사이, 코트다쥐르의 동쪽 끝에 위치한 멘토네(Menton)는 ‘프랑스의 진주’라 불리며, 지중해 연안에서도 독보적인 고요함과 화사함을 동시에 간직한 도시다. 니스와 모나코의 화려함에 가려져 대중적 관심은 덜하지만, 오렌지빛 지붕과 파스텔 톤 건물이 이어진 언덕, 온화한 기후 속에서 자라는 레몬과 열대 식물, 그리고 고요한 해변은 혼자 여행자를 위한 완벽한 무대가 된다. 상업화된 해안 도시와 달리, 멘토네는 여유로운 속도와 여백을 제공하며, 계절마다 다른 색채와 향기를 담아낸다. 이 글에서는 멘토네에서 혼자 걷고 머물며 누릴 수 있는 풍경과 경험을 깊이 있게 소개한다.

국경 끝에서 만나는 지중해의 온화한 빛

멘토네는 프랑스 코트다쥐르 지역의 마지막 도시로, 걸어서도 이탈리아 국경 마을인 벤티밀리아(Ventimiglia)에 닿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덕분에 이곳의 건축과 문화는 프랑스적 우아함과 이탈리아적 따뜻함이 절묘하게 섞여 있다. 해변과 언덕이 맞닿은 지형은 도시를 두 개의 층으로 나눈다. 아래쪽에는 해변 산책로와 카페, 시장이 자리하고, 위쪽 언덕에는 중세의 흔적이 남아 있는 구시가지가 있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바다는 계절과 날씨에 따라 옥빛, 청록빛, 짙은 남색으로 변하며, 건물의 파스텔색 외벽과 조화를 이루어 한 폭의 그림을 만든다. 혼자 여행자에게 멘토네가 주는 가장 큰 매력은 ‘온화함’이다. 이곳은 니스나 칸처럼 관광객으로 붐비지 않고, 모나코처럼 속도가 빠르지도 않다. 바닷바람은 부드럽게 불고, 길가의 레몬나무와 부겐빌레아는 계절 내내 색과 향을 더한다. 하루를 서두를 필요 없이, 해변을 따라 걷다가 마음이 이끄는 골목으로 들어서면 된다. 그러다 보면 작고 오래된 성당, 돌계단, 바다로 향하는 좁은 통로를 만나게 된다. 이 여유로운 속도는 혼자 여행자에게 깊은 사색과 자기만의 시간을 선물한다. 멘토네의 기후는 연중 온화하다. 겨울에도 영상의 기온을 유지하며, 햇빛은 부드럽고 바다는 잔잔하다. 특히 2월에는 ‘레몬 축제(Fête du Citron)’가 열려 도시 전체가 노란빛으로 물든다. 이 시기에는 거대한 레몬 조형물과 퍼레이드, 정원 전시가 이어져, 혼자서도 충분히 즐기고 기록할 거리가 많다. 하지만 축제가 없을 때의 멘토네 역시 그 고유의 매력을 잃지 않는다. 오히려 한적한 해변과 골목에서 느끼는 고요가 더 깊이 스며든다.

해변, 시장, 구시가지에서 완성되는 멘토네의 하루

멘토네에서의 하루는 해변 산책로(Promenade du Soleil)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해가 떠오를 무렵, 부드러운 파도 소리와 함께 바다 위로 퍼지는 금빛 햇살이 도시를 깨운다. 산책로는 길고 완만해 조깅이나 산책에 적합하며, 곳곳에 놓인 벤치에서는 책을 읽거나 바다를 바라보는 이들을 볼 수 있다. 혼자 여행자에게 이 시간은 가장 사적인 순간이 된다. 시선은 멀리 지중해 수평선에 닿고, 귀에는 잔잔한 파도와 갈매기 소리가 번갈아 스친다. 시장(Marché des Halles)은 멘토네의 생활과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아침마다 열리는 이 실내 시장에서는 신선한 해산물, 제철 과일, 지역 치즈, 올리브, 허브, 그리고 무엇보다 멘토네산 레몬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혼자 여행이라도 간단히 과일과 빵, 치즈를 사서 해변이나 공원에서 소박한 피크닉을 즐기면 좋다. 상인들은 관광객에게도 친절하게 응대하며, 몇 마디 인사를 건네면 지역의 추천 음식이나 숨은 맛집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구시가지(Vieille Ville)는 멘토네의 영혼이 깃든 곳이다. 좁고 경사진 돌길을 따라 오르면, 알록달록한 파사드와 나선형 계단, 작은 광장이 이어진다. 골목 사이사이에서 보이는 바다는 액자 속 풍경처럼 완벽하다. 언덕 꼭대기에는 성 미카엘 대성당(Basilique Saint-Michel)이 자리하고, 그 앞 광장에서는 멘토네 전경과 지중해가 한눈에 펼쳐진다. 이곳은 일몰 명소로도 유명하며, 해가 바다로 떨어질 때 하늘과 바다가 분홍빛과 주황빛으로 물드는 광경은 혼자일 때 더욱 몰입할 수 있는 장면이다. 멘토네의 정원 문화도 빼놓을 수 없다. 열대 식물과 지중해성 식물이 조화를 이룬 세르 드 라 마도네(Serre de la Madone)와 발람브로사 정원(Jardin Botanique Exotique de Val Rahmeh)은 도시의 별빛 같은 존재다. 이곳에서는 천천히 걸으며 향기를 맡고, 꽃과 나무의 질감을 느낄 수 있다. 바다와는 또 다른 속도의 여유가 정원 속에 흐른다.

지중해 끝에서 찾은 나만의 속도

멘토네에서의 혼자 여행은 목적지가 아닌, ‘속도’를 찾는 과정이다. 화려한 쇼핑이나 복잡한 일정 대신, 바다와 골목, 시장과 정원을 오가며 자신만의 리듬을 만들어간다. 혼자일 때만 가능한 즉흥적인 선택—길가의 카페에서 한 시간 넘게 커피를 마시거나, 해변 벤치에서 노을이 질 때까지 앉아 있는 일—이 바로 멘토네 여행의 진정한 매력이다. 이곳에서는 외로움이 불편한 감정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바다와 햇빛, 그리고 부드러운 공기가 그 빈자리를 채운다. 하루를 돌아보며 숙소 발코니에서 마시는 와인 한 잔, 시장에서 산 빵과 치즈로 차린 늦은 저녁, 창밖으로 들려오는 잔잔한 파도 소리까지—이 모든 것이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처럼 연결된다. 멘토네는 작은 도시지만, 그 속에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지중해와 알프스, 과거와 현재가 모두 스며 있다. 혼자 여행하는 이에게 이 도시는 화려함이 아닌 온화한 빛과 향기를 선물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벗어나, 나만의 속도를 찾고 싶다면 멘토네는 그 여정의 이상적인 종착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