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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의 고요함, 몰타 고조 섬 혼자 여행하기

by goldengeneration 2025. 8. 1.

 

몰타의 고조(Gozo)는 지중해 한가운데에 자리한 몰타 제도 중 하나로, 몰타 본섬보다 훨씬 더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랑한다. 수천 년의 역사를 품은 고대 유적지, 청록빛 바다, 전통적인 석회석 마을 등은 혼자 여행하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몰타 본섬과 달리 고조는 상업화되지 않은 자연과 공동체의 삶이 살아 있는 공간이다. 혼자만의 사색과 느린 여행을 원한다면, 고조는 지중해의 비밀스러운 쉼터로서 완벽한 목적지가 되어줄 것이다.

고요한 고대의 섬, 고조에서 마주하는 나

몰타는 최근 몇 년 사이 유럽 내에서 인기 있는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화창한 날씨, 저렴한 물가, 매력적인 해안 풍경이 그 이유다. 그러나 몰타 본섬의 인기가 높아지며 사람들이 몰리는 만큼, 진정한 몰타의 정취를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곳이 바로 ‘고조(Gozo)’다. 몰타 북서쪽에 위치한 고조는 페리를 타고 약 25분이면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물리적인 거리 이상으로, 이 섬은 시간과 분위기 면에서 전혀 다른 공간이다. 고조는 도시의 빠름과는 거리가 먼, 느리고 조용한 리듬으로 하루를 채워간다. 현대적인 시설은 있지만, 전통적인 삶의 방식이 여전히 중심에 있다. 사람들은 마을 광장에서 커피를 마시고, 석회석 집에서 세대를 이어 살며, 바다에서 일하고, 돌담길을 따라 걷는다. 혼자 여행을 선택한 이들에게 고조는 특별한 감각을 일깨운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리듬에 집중할 수 있으며, 오래된 골목과 바다 풍경 속에서 감정을 정리하고 마음을 비워낼 수 있다. 그 어떤 여행보다도 사적인 공간이 되어주는 것이 이 섬의 진짜 매력이다. 정적인 풍경, 변하지 않는 마을, 바다 냄새가 스민 바람. 고조는 말없이도 사람을 위로하는 힘이 있다.

 

유적과 자연, 그리고 그 사이의 여백을 걷다

고조는 면적이 작지만 풍경의 밀도는 놀랍다. 가장 유명한 장소는 ‘지간티야 신전(Ggantija Temples)’이다. 이 유적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자립 구조물 중 하나로, 무려 기원전 3600년경에 세워졌다고 전해진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은 혼자 걷기에 완벽하다. 사람 없는 이른 아침에 이곳을 찾으면, 고대의 기운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수천 년 전 인간이 돌을 세운 이유, 그 의미를 천천히 되새기며 시간의 두께를 체감하게 된다. 고조의 해안 풍경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인랜드 씨(Inland Sea)와 다이위라 베이(Dwejra Bay)는 고조에서 가장 인상적인 자연 풍광을 자랑한다. 파란 하늘 아래 펼쳐지는 청록빛 바다는 말없이도 감정을 건드린다. 배를 타고 해안 절벽 사이를 지나며 거대한 바위틈을 지나갈 때, 자연의 스케일과 스스로의 존재감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또한 고조의 중심 도시 빅토리아(Victoria, 현지어로 라바트 Rabat)는 중세 성곽 안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고요한 돌길을 따라 혼자 걷다 보면, 수세기 전의 일상이 그대로 보존된 듯한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다. 카페 한편에 앉아 있으면, 시간이 흐르지 않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자연과 문명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고조는 하루를 급히 소비하게 하지 않는다. 혼자라는 조건은 오히려 이 섬에서 최고의 특권이 된다. 아무 방해 없이 섬 전체와 깊은 교감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지중해의 한켠에서 나를 다시 만나다

고조는 목적지라기보다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조용한 과정의 장소다.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낯선 해안선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이 섬은 말없는 위로를 건넨다. 누군가와의 약속도, 일정에 쫓기는 긴장도 없이 하루를 보내다 보면 어느 순간, 삶의 속도가 천천히 느려지기 시작한다. 여유롭게 피어나는 아침 햇살, 고요한 돌담길의 정적, 바다 내음을 머금은 바람은 오감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차분하게 마음을 움직인다. 혼자라는 사실은 이 섬 위에서 전혀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나 자신과 마주하는 데 집중할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조건이 된다. 여느 관광지처럼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포즈나 계획이 필요하지 않다. 카페 구석에 앉아 사람들을 바라보거나, 이름 모를 해변에서 조용히 파도를 따라 걷는 일. 그런 일상이 이 섬에선 특별한 의식을 닮았다. 시간은 더디게 흐르며, 마음은 그 속에서 천천히 정리된다. 고조에서의 하루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자유롭다. 이 섬은 침묵을 허락하고, 고요를 받아들이게 하며, 복잡한 마음을 천천히 정화시켜 준다. 익숙했던 것들과 거리 두기를 하다 보면, 그 속에서 오래 잊고 지낸 자신을 다시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은 사람에게 고조는 최적의 장소다. 이 섬은 크게 말하지 않는다. 다만 그 자리에 존재함으로써 우리를 부드럽게 감싸 안는다. 아무 말 없이도 전해지는 위로, 조용하지만 단단한 울림. 그것이 고조라는 섬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만약 당신이 어느 날 갑자기 이유 모를 피로에 사로잡히거나, 더 이상 주변의 소음이 들리지 않을 때, 혹은 자신이 누구인지 잠시 잊은 채 하루하루를 반복하고 있다고 느낀다면, 고조를 떠올려보자. 혼자서 떠난 여행이 가장 따뜻한 동행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낯선 땅에서야 진짜 나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이 섬은 조용히 알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