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북서부 후후이 주(Jujuy)에 위치한 우마우아카 협곡(Quebrada de Humahuaca)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지대의 명소다. 7색 언덕, 선인장이 우거진 고원지대, 잉카 문명의 흔적들이 어우러진 이곳은 혼자 여행하는 이들에게 자연과 문명의 경계를 따라 걷는 특별한 감정을 선사한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듯한 고요 속에서, 여행자는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시간을 걷는 여행, 우마우아카의 낯선 매혹
아르헨티나라는 나라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탱고와 스테이크, 부에노스아이레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북쪽 끝, 볼리비아 국경과 인접한 후후이(Jujuy) 주에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다. 우마우아카 협곡(Quebrada de Humahuaca)은 그런 곳이다. 해발 2,000m 이상의 고지대에 형성된 이 협곡은 약 155km 길이로 뻗어 있으며, 선사시대부터 인간의 이동과 문화의 흐름이 이어졌던 장소다. 실제로 협곡을 따라 난 길은 잉카 제국의 주요 무역로였고, 지금도 그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지리적이거나 역사적인 맥락 때문만은 아니다. 우마우아카 협곡은 ‘색의 땅’이다. 마치 그림물감을 흘려 놓은 듯한 ‘7색 언덕(Cerro de los Siete Colores)’을 비롯해, 붉은 사암 절벽, 선인장이 가득한 사막 지형, 파란 하늘이 만들어내는 강렬한 색 대비는 사진으로는 결코 다 담을 수 없는 감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혼자 이곳을 찾았을 때, 우마우아카는 더욱 진하게 다가온다. 번화한 도시의 소음이 없는 이 고요한 공간에서 여행자는 색과 바람, 흙의 질감, 하늘의 깊이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바쁘게 움직이는 일정 대신, 천천히 걷고 머물며, 풍경의 작은 결을 따라가는 여행. 우마우아카는 그런 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장소다.
혼자 걷는 색채의 길, 우마우아카 하루 루트
우마우아카 협곡은 후후이 시에서 버스를 타고 북쪽으로 약 3~4시간 이동하면 도달할 수 있다. 이 협곡을 따라 몇 개의 마을이 흩어져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거점은 ‘티르카라(Tilcara)’, ‘푸르마마르카(Purmamarca)’, 그리고 협곡과 이름이 같은 ‘우마우아카(Humahuaca)’ 마을이다. 혼자 여행자라면 이 세 곳 중 한 곳에 머물며 하루씩 이동하는 일정이 추천된다. 푸르마마르카에서는 ‘7색 언덕(Cerro de los Siete Colores)’ 트레일이 가장 유명하다. 언덕을 배경으로 조용히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마련되어 있으며, 해 뜨는 시간에 맞춰 방문하면 색의 농도가 더욱 짙어져 마치 추상화 속에 들어간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트레일 자체는 길지 않으며, 혼자 걷기에도 무리가 없다. 걷는 동안에는 붉은색, 보라색, 황토색이 층층이 쌓인 언덕의 결을 따라 걸으며, 자연이 만든 가장 위대한 색채 예술을 감상할 수 있다. 오후에는 티르카라로 이동해 ‘프루에바 박물관(Museo Arqueológico)’을 들러보자. 이곳에서는 잉카 이전 문화의 유물과 생활 흔적들을 볼 수 있으며, 마을 위쪽 언덕에 위치한 ‘푸카라(Pucará)’라는 고대 요새 유적지는 해질 무렵 올라가면 전경이 매우 인상적이다. 마지막으로 우마우아카 마을에 도착하면, 현지 시장과 ‘모누멘토 인디오(Monumento a los Héroes de la Independencia)’를 둘러보자. 산책하며 시장 골목을 걷는 것은 단순한 활동 같지만, 혼자일수록 더욱 집중해서 주변의 소리와 냄새, 사람들의 표정까지 담을 수 있는 경험이 된다. 혼자라는 사실은 이 여정에서 결코 결핍이 되지 않는다. 우마우아카의 풍경은 동행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고요함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선 혼자여야 할지도 모른다.
소리 없는 색채, 혼자서 완성되는 풍경
우마우아카 협곡에서의 시간은 마치 캔버스를 천천히 덧칠해가는 듯했다. 처음엔 낯선 붉은 흙과 높은 하늘이 낯설게 느껴지지만,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면 그 모든 색과 풍경이 내 일부처럼 자연스러워진다. 혼자 걸으며 마주하는 풍경은 누구와 함께 볼 때보다도 더 선명하게 기억된다. 사진보다 오래가는 건 그 순간 느꼈던 감정이고, 발걸음의 무게이며, 바람의 냄새다. 우마우아카는 외롭지 않은 고요를 선물해 준다. 사람이 많지 않아도, 이야기하지 않아도, 존재만으로 충만해지는 감정. 바로 그 감정이 이 협곡의 진짜 매력이다. 만약 지금, 당신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면, 그리고 그곳이 조용하고도 깊은 장소이길 바란다면, 우마우아카는 분명 당신을 위한 장소일 것이다. 혼자라는 사실이 가장 큰 장점이 되는 여행. 그건 바로, 우마우아카에서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