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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자연 속 평화의 길, 파라과이 세로 코라 국립공원 혼자 여행하기

by goldengeneration 2025. 7. 30.

 

파라과이 북동부의 세로 코라 국립공원(Cerro Corá National Park)은 녹지와 암석지대가 어우러진 광활한 자연보호구역이다. 파라과이 전쟁의 마지막 전장이기도 했던 이곳은 오늘날에는 조용한 트레킹 코스와 생물다양성이 살아 있는 생태환경으로 혼자 여행하는 이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역사적 장소를 따라 걷는 길 위에서 여행자는 자신과 조용히 마주하게 된다.

고요한 땅 위에 새겨진 기억과 생명

파라과이는 남미 여행지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나라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광 인프라가 부족하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유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파라과이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다. 특히 파라과이 북동부 아마바이(Amambay) 주에 위치한 세로 코라 국립공원은 그야말로 ‘잊힌 아름다움’이 살아 숨 쉬는 장소다. 총면적 약 5,500헥타르에 달하는 이 공원은 완만한 언덕과 초원, 바위 지대, 원시림이 어우러져 있으며, 1869년 파라과이 전쟁의 마지막 전투가 벌어졌던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이 전투에서 당시 파라과이의 대통령 솔라노 로페스가 전사하며 전쟁이 막을 내렸고, 그 흔적은 지금도 공원 내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혼자 여행하는 이에게 세로 코라는 조용히 걷는 가운데 ‘지나간 시간’과 ‘지금 이 순간’이 교차하는 공간을 제공한다. 군중의 소리도, 상업적 장식도 없는 평원 위에서 사람은 자연과 조용히 호흡하며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다. 파라과이 사람들에게는 민족의 아픔과 자부심이 깃든 장소로 여겨지며, 동시에 생물다양성과 생태 보호의 의미도 함께 담고 있는 이곳은, 한 사람의 조용한 발걸음이 오히려 가장 어울리는 여행법이 된다.

 

혼자서 마주하는 세로 코라의 하루

세로 코라 국립공원은 파라과이의 북동부 도시 페드로 후안 카바예로(Pedro Juan Caballero)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다. 대중교통은 드물기 때문에 숙소에서 택시나 차량 투어를 이용하거나, 걷기를 즐긴다면 도시 외곽에서 도보 트레킹도 가능하다. 입장료는 매우 저렴하거나 무료이며, 공원 입구에는 간단한 안내소와 전시관이 있다. 여행자가 많지 않아 복잡하지 않고, 혼자라도 부담 없이 천천히 걸을 수 있다. 트레킹 코스는 길지 않지만 다양한 지형을 지나게 된다. 평원, 암석지대, 울창한 숲, 작은 강줄기 등이 순환형 코스로 이어지며, 곳곳에는 역사적인 기념비와 표지판이 세워져 있어 전장의 흔적을 직접 마주할 수 있다. 로페스 대통령이 숨을 거둔 장소 역시 기념석과 함께 남아 있으며, 이곳은 파라과이인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 공간이다. 생태적으로도 매우 풍부한 공원으로, 붉은 사막여우, 희귀 조류, 토착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혼자 걷는 동안 들리는 새소리와 바람 소리는 도시에서는 결코 들을 수 없는 정적인 음악이 되어준다. 한낮에는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준비해 온 간단한 점심을 먹으며 쉬어가자. 주변에는 상업 시설이 없기 때문에 도시에서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전통 마테차를 담은 보온병과 간단한 과일, 샌드위치만 있어도 훌륭한 야외 식사가 된다. 오후에는 전망대에 올라 공원 전체를 내려다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고요한 풍경 속에서 과거의 이야기를 되새기고, 현재의 나를 돌아보는 이 고요한 시간은, 혼자일수록 더욱 진하게 다가온다. 산책로를 따라 내려오며 만나는 작은 석비들과 자연의 결은, 어느새 감정의 결과도 닮아 있는 듯한 착각을 준다. 그리 크지 않은 공원이지만, 사색을 담기에는 충분한 넓이다.

 

혼자서 걷는 길, 기억을 품은 풍경과 함께

세로 코라 국립공원은 남미의 여느 대자연처럼 거대하거나 극적인 풍경을 자랑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고요함과 역사성, 그리고 손길 닿지 않은 생태의 조화는 혼자 떠나는 이에게 특별한 여운을 남긴다. 사람들이 북적이지 않는 트레일 위에서, 여행자는 자신의 호흡에 귀 기울이고, 바람의 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이곳은 다녀왔다는 인증을 남기기 위한 장소가 아니다. 머물렀다는 감정을 천천히 되새기고, 기억 속에 조용히 남는 장소다. 만약 당신이 혼자 떠나는 여행에서 단순한 볼거리 이상의 무언가를 찾고 있다면, 세로 코라는 좋은 시작점이 되어줄 것이다. 그것은 한때 역사의 아픔이 깃든 곳이자, 지금은 생명이 조용히 숨 쉬는 곳이며, 당신의 내면과 가장 조용히 대화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