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의 코토르(Kotor)는 아드리아해 연안에 자리한 중세 항구 도시로, 웅장한 산맥과 잔잔한 바다가 만나 빚어낸 독특한 풍경으로 유명합니다. 고대 성벽으로 둘러싸인 구시가지와 붉은 지붕, 청명한 바닷빛이 어우러진 이곳은 혼자 여행하는 이들에게 고요하면서도 깊이 있는 시간을 선사합니다. 상업화되지 않은 골목과 성벽 위 산책로, 지역 주민들의 소박한 삶이 어우러진 코토르는 북적이는 관광지에서 찾기 힘든 정서를 간직하고 있어, 사색과 여유를 즐기는 여행자에게 이상적인 장소입니다.
시간이 머문 도시에서 나를 찾다
코토르는 몬테네그로의 보카 코토르스카 만(Boka Kotorska Bay) 가장 안쪽에 자리 잡은 항구 도시로, 마치 바다와 산이 서로 품을 맞대고 있는 듯한 지형이 특징입니다. 이 독특한 입지는 고대부터 전략적 요충지로 기능해 왔으며, 로마 제국과 비잔틴 제국, 베네치아 공화국의 지배를 받으며 각 시대의 흔적이 도시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현재의 코토르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살아 있는 역사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혼자 여행을 선택한다는 것은 단순히 동행 없이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와 거리를 두고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행위입니다. 코토르는 바로 그 ‘고요한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도시입니다.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15세기와 17세기 건축 양식이 뒤섞인 석조 건물이 늘어서 있고, 발걸음이 멈출 때마다 성당의 종소리가 잔잔히 퍼집니다. 좁고 구불구불한 길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은 오후가 되면 더욱 부드러운 색조로 변하며, 바다에서 불어오는 소금기 어린 바람과 섞여 여행자의 감각을 깨웁니다. 그 모든 순간이 마치 오래된 연극 무대 위에서 나 혼자 주연이 된 듯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코토르는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에 비해 훨씬 덜 알려져 있어, 상업적인 소음과 관광객의 혼잡함이 적습니다. 덕분에 도시의 숨결과 주민들의 일상을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습니다. 해안가를 따라 늘어선 카페에서는 현지 어부가 잡아온 신선한 해산물을 바로 조리해 내놓고, 아이들은 성벽 아래 광장에서 공을 차며 뛰어놉니다. 이 일상의 단면을 조용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혼자 하는 여행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됩니다.
혼자 걷는 코토르의 골목과 성벽
코토르의 구시가지는 베네치아 통치 시기의 흔적이 가장 강하게 남아 있는 곳입니다. 붉은 기와지붕과 회색 석조 건물, 아치형 문과 좁은 골목은 도시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미로처럼 만들며, 이곳을 혼자 걷는 경험은 마치 시간여행과도 같습니다. 지도 없이 무작정 걸어도, 골목이 끝나는 곳마다 예상치 못한 풍경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때로는 햇살이 부서지는 작은 광장과 마주하거나, 인적 드문 길모퉁이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느긋하게 햇볕을 쬐고 있는 장면을 보게 됩니다. 코토르를 방문하는 여행자라면 반드시 성벽 위로 오르는 경험을 해야 합니다. 성벽은 도시를 빙 둘러싸고 있으며, 그 끝은 산 중턱의 성 요한 요새(San Giovanni Fortress)에 닿습니다. 이 길을 오르기 위해서는 약 1,300개의 돌계단을 올라야 하지만, 혼자만의 호흡으로 천천히 걸으며 중간중간 숨을 고를 수 있습니다. 계단을 오르는 동안 시야는 점점 넓어지고, 붉은 지붕 너머로 아드리아해가 조금씩 드러나다가, 정상에서는 바다와 산, 도시가 어우러진 장대한 파노라마가 펼쳐집니다. 이 순간에는 굳이 카메라를 꺼내지 않아도 좋습니다. 오히려 그 장면을 눈과 마음에 그대로 새기는 것이 더 오래 남습니다. 성벽 아래로 내려오면, 구시가지 곳곳에 자리한 작은 성당과 박물관, 그리고 수공예 상점들이 눈에 띕니다. 관광지 특유의 호객 행위가 거의 없어, 혼자서도 부담 없이 머물 수 있습니다. 카페에 앉아 현지식 커피를 마시며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거나, 골목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금세 지나갑니다. 코토르에서는 ‘해야 할 것’을 채우는 여행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천천히 발견하는 여행이 가능합니다.
고요함이 주는 위로
코토르는 단순히 예쁜 풍경을 지닌 도시가 아닙니다. 이곳은 고요함 속에서 마음을 다독이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성벽과 바다가 품은 안전감, 주민들의 느긋한 일상, 그리고 차분하게 흐르는 시간은 여행자를 안정시키고, 그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어색하거나 두려운 사람도, 코토르에서는 오히려 그 시간이 주는 위로와 자유를 느끼게 됩니다. 여행의 본질은 단순한 장소 이동이 아니라, 내가 나를 어떻게 마주 하는가에 있습니다. 코토르는 그 마주함을 돕는 도시입니다. 범죄율이 낮고, 치안이 안정적이며, 필요한 안내 표지가 잘 갖춰져 있어 혼자 여행하는 이에게 부담이 없습니다. 해가 저물면 도시의 조명과 바다의 반짝임이 서로 어우러져, 낮과는 또 다른 고요한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그 순간, 하루의 모든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잔잔한 물결처럼 번집니다. 만약 지금 삶의 속도를 늦추고, 사람들의 소음에서 벗어나 나 자신과의 대화를 하고 싶다면, 코토르는 완벽한 선택입니다. 이 도시는 관광객을 흥분시키는 화려함보다, 여행자를 차분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차분함 속에서 얻는 에너지는, 여행이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마음속에서 살아남아 일상에 은근한 힘을 불어넣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