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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시대의 숨결, 브라질 세하 도 카피바라 국립공원 혼자 여행하기

by goldengeneration 2025. 7. 30.

 

브라질 북동부 피아우이(Piauí) 주에 위치한 세하 도 카피바라 국립공원(Serra da Capivara National Park)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암각화 유적지 중 하나로 손꼽힌다. 약 5만 년 전 인류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곳은, 고요한 붉은 사막 지형과 거대한 바위 협곡, 그리고 고대 벽화들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혼자 여행하는 이들에게 깊은 감정적 울림과 사색의 시간을 제공한다. 인파가 없는 이 고요한 여정에서 우리는 인간의 본질과 자연의 위대함, 그리고 시간의 층위를 온몸으로 체험하게 된다.

문명의 기원을 향한 고요한 순례

우리는 종종 ‘여행’이라는 단어를 풍경, 문화, 맛집, 활력과 연결 짓는다. 하지만 세하 도 카피바라 국립공원은 그 어느 것보다 조용하고, 심오한 질문을 품은 장소다. 이곳은 브라질 북동부 내륙 피아우이(Piauí) 주의 외진 지역에 자리 잡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선사시대 암각화가 남아 있는 유적지로 알려져 있다. 공원 안에는 1,000개가 넘는 벽화 유적이 분포해 있으며, 이 중 일부는 50,000년 전 것으로 추정된다. 사냥 장면, 의식, 가족 단위의 삶 등을 표현한 벽화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 생존, 공동체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이곳을 혼자 방문한다는 것은, 단순한 관광의 의미를 넘어, 인간의 존재와 시간의 흐름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경험이 된다. 세하 도 카피바라는 일반적인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명소는 아니다. 접근성도 쉽지 않고, 편의시설도 부족하다. 하지만 그 불편함은 곧 깊은 몰입의 장점이 되며, 혼자 떠나는 이들에게는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진짜 쉼’이 되어준다. 붉은 바위 절벽 사이로 흙먼지를 일으키며 걷는 동안, 들리는 것은 바람 소리와 자신의 호흡뿐이다. 문명이 닿지 않은 듯한 공간에서 수천 년 전 인간의 흔적을 발견하는 순간, 우리는 지금의 시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흐름에 자신을 놓이게 된다. 바로 그 지점에서 진짜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세하 도 카피바라에서 보낸 하루, 시간을 걷다

세하 도 카피바라 국립공원의 시작은 브라질에서도 결코 간단치 않다. 상파울루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국내선을 타고 테레지나(Teresina)에 도착한 뒤, 7시간 이상 자동차나 버스로 이동해야 한다. 관문 도시는 ‘상 하이문두 노나투(São Raimundo Nonato)’이며, 소도시 특유의 고요함과 소박함이 이 여정의 시작점이 된다. 공원은 넓고, 입장 허가된 구역별로 트레킹 코스가 나뉘어 있으며, 가이드 동행이 필수인 코스와 혼자 이동 가능한 코스가 분리되어 있다. 혼자 여행을 선호한다면 ‘페드라 푸르카다(Pedra Furada)’ 코스를 추천한다. 이곳은 거대한 붉은 바위 아치와 함께 수많은 벽화 유적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코스를 따라 걷다 보면 바위에 새겨진 손자국, 사냥 장면, 공동체 의식 등이 마치 ‘시간의 박물관’을 걷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특히 햇살이 바위면에 닿을 때마다, 암각화의 디테일이 뚜렷하게 떠오르며, 단순한 관람이 아닌 교감의 시간이 펼쳐진다. 걷는 동안 바람에 흔들리는 가시 선인장, 황량한 들판을 가로지르는 작은 길, 그리고 나무 그늘에서 쉬는 새 한 마리까지 모든 것이 선명하게 기억된다. 사람의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 환경 속에서, 자신만의 리듬으로 걷는 여정은 몸과 마음을 동시에 비워내는 경험이 된다. 이날 점심은 현지에서 준비한 간단한 도시락으로 해결할 수 있으며, 공원 밖 소도시에는 피아우이 지방 특유의 토속 요리를 파는 식당도 있다. 고기 스튜나 옥수수죽, 마니오크 튀김 등이 대표적이며, 허기졌던 감각을 정직하게 채워준다. 트레킹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는 조용한 저녁노을을 보며 마테차를 마시는 시간도 추천할 만하다. 그 고요함 속에서 오늘 하루 자신이 마주했던 수만 년 전의 흔적들과, 현재의 자신 사이에 흐르는 긴 시간의 선을 천천히 곱씹게 된다.

 

침묵의 여정, 진짜 나와의 마주침

세하 도 카피바라는 화려하지 않다. 도시적 즐길 거리도, 트렌디한 SNS 명소도 없다. 하지만 그 대신, 이곳에는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과 깊이를 되묻는 힘이 있다. 암각화 앞에 서 있을 때 느껴지는 정적은,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수천 년 전 인간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공명이다. 혼자 이곳을 찾았기에 가능한 감정들도 있다. 무언가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감탄을 나눌 대상이 없어도 되는 고요함. 그 안에서 비로소 진짜 나 자신의 감각과 생각들이 천천히 깨어난다. 세하 도 카피바라는 혼자 떠나는 사람을 환영하는 장소다. 혼자라는 사실이 부담이 되지 않고, 오히려 자유롭게 만들어주는 곳이다. 당신이 사색하고, 멈추고, 조용히 오래 기억하고 싶은 여행을 원한다면, 이곳은 반드시 가야 할 장소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여행을 끝낸 후에도, 벽화 속 손자국처럼 이곳에서의 시간은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는다. 그것은 단지 기억이 아니라, 당신이라는 사람을 조금 더 단단하게 해주는 조용한 전환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