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바(Neiva)는 콜롬비아 남서부에 위치한 뜨거운 사막 도시로, 근교에 펼쳐진 '데세르토 데 라 타타코아(Desierto de la Tatacoa)'는 천문학적 관측지와 이색적인 풍경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붉은 지형의 사막은 혼자 떠나는 여행자에게 마치 다른 행성에 와 있는 듯한 고요함을 선물하며, 현대의 소음에서 벗어나 내면과 마주하게 만드는 공간이다. 고요한 별빛 아래에서 보내는 밤은 그 어떤 도시보다 깊고 느리며,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사막에서 만나는 우주, 그리고 나
콜롬비아라고 하면 열대우림과 안데스, 커피 농장과 메데진 혹은 보고타 같은 도시들이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남서쪽 깊숙한 내륙에 위치한 네이바(Neiva)라는 도시는 조금 다른 풍경을 품고 있다. 이곳은 흔히 '잊힌 콜롬비아'라 불리는 지역 중 하나로, 일반적인 여행자들의 동선에선 벗어나 있지만, 바로 그 점이 네이바를 특별하게 만든다. 특히 네이바 근처에 위치한 '데세르토 데 라 타타코아(Desierto de la Tatacoa)'는 그야말로 이 세상이 아닌 듯한 풍경을 자랑한다. 붉은 점토와 회색 암석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이 사막은, 사실 기후학적으로는 ‘건조림(Dry Tropical Forest)’에 가깝다. 하지만 그 척박한 지형과 낮에는 40도 가까이 치솟는 기온, 그리고 밤이면 하늘 가득 쏟아지는 별빛은 전형적인 사막에서 기대하는 모든 감정을 충족시킨다. 혼자 이곳을 찾는다는 건 단지 조용한 여행이 아니라, 시간을 초월한 공간에서 자신을 마주하는 일이다. 도시의 소음, 인간관계, 일정표, 스크린 너머의 세상은 이곳에서 의미를 잃는다. 타타코아에서는 그저 흙길을 걷고, 낮은 협곡 사이를 지나며, 잠시 그늘 아래 숨을 고르는 것이 하루의 전부일 수 있다. 그 단순함 속에 담긴 감정의 밀도는 놀라울 정도다. 특히 별이 쏟아지는 밤, 혼자 서 있는 그 순간은 말 그대로 ‘고요한 우주 속의 나’를 경험하는 시간이다.
타타코아에서의 낮과 밤, 혼자 걸으며 마주하는 모든 것
네이바에서 데세르토 데 라 타타코아까지는 차로 약 1시간 30분이 걸린다. 대부분의 여행자는 네이바에서 숙박하거나 인근의 작은 마을 비야비에하(Villavieja)에 머물며 사막으로 들어간다. 사막 입구에 도착하면 더 이상 차량 이동은 어렵고, 도보나 자전거, 혹은 로컬 투어 차량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혼자 여행하는 이라면 가벼운 짐을 꾸리고 천천히 도보로 이동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타타코아 사막은 크게 두 구역으로 나뉜다. 하나는 붉은 점토 언덕이 펼쳐진 '쿠사코(Cuzco)' 지역이고, 다른 하나는 회색 암석과 고요한 계곡이 특징인 '로스 오요스(Los Hoyos)' 지역이다. 쿠사코는 특히 인스타그램 등에서 인기 있는 지점이지만, 로스 오요스는 더욱 차분하고 침묵에 가까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을 혼자 걷는 것은 마치 이 행성에 나 혼자 남아 있는 듯한 기분을 준다. 낮에는 기온이 매우 높기 때문에, 오전 일찍 혹은 늦은 오후 트레킹이 권장된다. 이동 중에는 물과 간단한 간식, 챙이 넓은 모자, 자외선 차단제가 필수다. 길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로컬 안내 지도나 GPS 기반의 오프라인 지도를 미리 다운로드해 두는 것이 좋다. 가끔 지나가는 소형 차량 외에는 만나는 사람이 거의 없어, 혼자라는 사실이 훨씬 더 선명하게 느껴진다. 사막 한복판에는 '천문관측소(Observatorio Astronómico)'가 있다. 이곳은 타타코아의 상징 중 하나로, 밤이 되면 천문학자와 함께 별자리와 행성을 관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열린다. 그러나 굳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밤의 타타코아는 스스로가 가장 완벽한 천문대다. 텐트를 치거나 야외 숙소를 예약해 하룻밤을 보내면, 별빛만으로도 온몸이 가벼워지는 신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모닥불도 없이, 휴대폰도 멀리 두고, 조용히 별을 바라보다 보면 마음 한구석의 복잡함이 하나씩 정리되어 간다. 타타코아에서 보내는 밤은, 그 어떤 사람의 말보다 진실하고 위로가 된다. 그리고 그렇게 고요한 밤을 통과한 후, 새벽에 눈을 떴을 때의 기분은 설명할 수 없다. 그것은 아마도, ‘혼자인데 외롭지 않은 상태’를 처음으로 진심으로 이해하게 되는 순간일 것이다.
잊혀진 곳에서 만나는 진짜 나
네이바는 화려하지 않다. 타타코아 사막 역시 관광지로 각색되지 않았으며, 편의시설은 제한적이고, 와이파이나 데이터 연결도 불안정하다. 그러나 그런 ‘없음’이야말로 이곳의 진짜 매력이다. 정보와 연결, 효율과 속도에서 잠시 멀어졌을 때, 인간은 본능적으로 사색하고, 호흡하고, 관찰하게 된다. 타타코아는 그 모든 과정을 조용히 허락하는 공간이다. 혼자 걷는다는 것은 어쩌면 낭만적일 수 있지만, 두려움을 동반하기도 한다. 그러나 네이바와 타타코아에서의 혼자 여행은 그 두려움을 넘어서는 평온을 준다. 내 속도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고, 아무도 나를 판단하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스스로와 깊이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것은 흔한 자유 여행이 아니라, 내면을 걷는 여정에 가깝다. 타타코아에서의 별빛 아래, 그 어떤 말도 없이 나를 안아주는 밤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콜롬비아의 뜨거운 땅 위에서, 가장 차분하고 조용한 마음을 만나는 순간. 그것이 바로 네이바, 그리고 혼자의 여행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