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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따라 걷는 고요한 미지의 땅, 토로토로 국립공원 혼자 여행하기

by goldengeneration 2025. 7. 28.

 

볼리비아의 중심부, 거친 바위와 협곡이 어우러진 고원지대에 위치한 토로토로 국립공원은 대중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보석 같은 여행지다. 공룡 발자국 화석과 지하 동굴, 깊은 협곡, 고대 문명의 흔적까지 품은 이곳은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혼자서 자연과 역사를 동시에 마주하고 싶은 여행자에게 토로토로는 조용하고도 웅장한 무대가 되어줄 것이다.

관광 루트에서 벗어난 자연의 고요한 위엄

볼리비아라는 나라를 떠올릴 때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우유니 소금사막, 라파스 시내, 혹은 티티카카 호수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이 남미의 심장부 한가운데에는, 관광객의 카메라 셔터도, 대규모 상업화도 비껴간 조용한 고원이 하나 존재한다. 바로 ‘토로토로 국립공원(Torotoro National Park)’이다. 해발 약 2,700m에 위치한 이 공원은 면적은 크지 않지만, 놀라운 지질학적, 고고학적 가치를 품고 있다. 특히 이곳의 백미는 수천만 년 전 공룡의 발자국 화석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발자국은 선명하게 바위 위에 각인되어 있으며, 그것을 따라 걸으면 마치 공룡과 함께 걷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그뿐 아니라 토로토로에는 다양한 석회암 지형이 분포하며, 특히 ‘우마 할라(Umajalanta)’라는 거대한 석회 동굴은 탐험가 정신을 자극한다. 볼리비아 정부는 이 지역의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입장 인원을 제한하고 있고, 가이드 동행이 의무화되어 있다. 그 덕분에 이 지역은 대중화되지 않았고, 오히려 혼자 여행하는 이들에게는 더없이 고요하고 집중도 높은 공간이 된다. 아무도 없는 협곡 사이를 걸으며, 깊은 지하 동굴에서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공룡의 흔적 앞에 멈춰서는 그 순간은 여행자 스스로에게 커다란 울림을 남긴다. 토로토로는 라파스나 코차밤바에서 장시간 버스를 타야 도착할 수 있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바로 그 거리감이 이 장소의 진가다. 쉽게 오갈 수 없는 장소는 오히려 더 깊은 여행을 가능케 한다. 도심 속 사람들 틈에서 지쳤다면, 토로토로는 스스로의 호흡에 귀 기울이며 진짜 자연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장소다.

 

토로토로에서 혼자 마주하는 시간

토로토로 국립공원은 그 자체로 박물관이며 지질학 교과서다. 이곳에서 가장 먼저 찾게 되는 명소는 ‘공룡 발자국 화석’ 지역이다. 도심에서 도보로 이동 가능한 거리이며, 완만한 언덕을 오르다 보면 거대한 바위에 박힌 선명한 발자국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 흔적들은 6500만 년 전 백악기 후기의 것으로 추정되며, 종류 또한 다양하다. 육식 공룡, 초식 공룡, 아기 공룡까지 다양한 크기와 깊이를 가진 발자국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시간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다음으로 주목할 곳은 ‘우마할라타 동굴(Caverna de Umajalanta)’이다. 이곳은 가이드 동행 하에만 들어갈 수 있으며, 내부는 손전등 없이 거의 암흑 상태다. 굽이치는 통로와 로프를 잡고 내려가는 좁은 구간, 물이 고인 지하 호수 등은 모험심을 자극하지만 동시에 깊은 침묵의 감동을 선사한다. 혼자이기 때문에 더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그 적막함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경험이 된다.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는 ‘엘 베르헨 데 토로토로 협곡(El Vergel Canyon)’이다. 수십 미터 높이의 절벽 아래로 내려가면 신비한 폭포와 에메랄드빛 웅덩이를 만날 수 있다. 이곳은 혼자 수영을 즐기기에 위험하므로 조심해야 하지만, 그저 물소리를 들으며 바위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힐링이 된다. 마을 내 숙소들은 기본적으로 저렴한 호스텔 스타일이며, 대부분의 여행자는 며칠 머무르며 공원 곳곳을 탐험한다. 숙소 직원들은 현지 정보를 잘 알려주고, 동행할 수 있는 가이드를 연결해주기도 한다. 외국인이 적고 관광객도 제한적인 만큼, 조용한 시간을 보내기에 더없이 적합한 환경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 마을의 주민들이 관광객을 매우 환대한다는 것이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인사를 건네며, 길을 안내하거나 물을 나눠주는 모습은 여행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때로는 그 한 마디의 환대가 혼자라는 외로움을 덜어주는 법이다.

 

고요함 속에서 발견하는 새로운 자신

토로토로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이곳은 시간을 걷는 공간이며, 자연이 만들어낸 거대한 이야기의 흔적이다. 토로토로는 교통이 불편하고, 정보가 많지 않으며, 유명하지 않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여행자는 이곳에서 진짜 여행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누군가와 함께라면 미처 보지 못했을 것들을 혼자이기에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된다. 땅에 새겨진 공룡의 발자국을 따라가며 상상하는 과거의 장면, 동굴 속 어둠에서 자신의 호흡과 심장 소리를 느끼는 순간, 협곡 끝자락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 이 모든 경험은 혼자이기에 가능한 깊은 감각이다. 또한, 토로토로는 안전하다. 마을 사람들은 친절하고, 범죄율도 낮으며, 여행자에 대한 배려도 크다. 여성 혼자라도 가이드 동행 하에 탐방이 가능하고, 마을 내 이동도 불편하지 않다. 인터넷은 잘 터지지 않지만, 오히려 그 단절이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토로토로는 유명한 랜드마크는 없지만, 오히려 그 점이 매력이다. 이곳에서는 누구도 바쁘게 움직이지 않는다. 스케줄에 쫓기지도 않고, 인스타그램을 위해 사진을 남기려 애쓰지도 않는다. 그저 자연과 마주하고, 나 자신과 대화하고, 시간을 천천히 흘려보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짜 여행이 아닐까. 혼자만 알고 싶은 여행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토로토로일 것이다.